울릉도여행 2일차 - 성인봉.나리분지.울릉둘레길(석포~내수전)
첫째날 오후 한나절 여행에 물품구매용으로 다섯번의 정차를 하는데 일행 모두 기분이 상해버린 터라 합심 단결하여 단체여행을 포기하기로 했다.
예의 그 나무밑에서 여행사 안내분께 우리의 뜻을 전달하니 환불은 안된다는 단서를 달았고 각오한 바니 흔쾌히 포기하고 우리들만의 코스를 잡았다.
성인봉 등반으로, 그리고 오후엔 둘레길을 돌자고 했다.
점심으론 일행이 싸온 떡으로 떼우기로 하고..후훗 우리끼리 택시를 타고 KBS중계소까지 갔다. 택시비 일만냥.
성인봉과 가장 가까운 코스는 안평전코스라 했고 택시비 2만원이라했지만 우린 4.1키로의 KBS중계소 코스를 택했다.
나중에 안평원코스를 택한 분의 말을 듣자니 가격대비 만족하지 않았단다.
도착하여 내려다 본 도동지역.
도동은 행정관청들이 몰려 있는 곳이다. KT건물에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도 자리잡고 있었다.
처음엔 꽃인가 했는데 자세히 보니 잎이다.
육지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관죽도 많이 보였다.
아직도 골짝엔 잔설이 남아 있고..
육지보단 한창 늦은 제비꽃, 산아래쪽에선 옅은 보라더니 올라갈수록 색깔이 짙어졌다.
곰배령에서도 보았던 꽃인데 여전히 이름을 모르겠다.
아! 얼마나 가슴 뛰는 만남이었던지!
처음엔 바람꽃 종류인줄 알았다. 나리분지에 내려와 이름표를 확인하고서야 섬노루귀란 걸 알았다.
개체수도 많았고 아주 넓게 분포되어 있었다.
육지에선 이른 봄에 피고 아주 작은 꽃이라 찾기도 어려운데 꽃도 크고 흔하게 볼 수 있었지만 처음 보는 녀석에 홀딱 반했다.
성인봉 확실히 찍었음(986.7m).ㅋㅋ
그리 가파르지도 않았고 부드러운 흙을 밟아 느낌이 좋은 곳이었다. 성인봉 오를 줄 알았다면 등산화를 신었어야 했는데...
운동화도 크게 불편하진 않았지만 하루종일 걷고나서는 발가락이 아팠다.
울릉도는 성인봉이 아니더라도 둘레길도 가파른데가 많으니 등산화가 제격인거 같다.
나리분지 쪽으로 내려오면서 바라본 알봉...오른쪽 상단의 젓무덤을 닮은.
알봉은 나리분지가 만들어진 후에 형성되었다고 한다.
지하에 있던 마그마가 분출하여 화산이 만들어지면서 마그마가 수축하였고 이로 인해 마그마 위에 있던 화산이 무너져내려 나리 분지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 후, 마그마가 나리분지의 틈을 따라 분출하였는데, 멀리 흐르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봉긋한 돔의 형태로 알봉을 만들었다고 한다.
성인봉에서 나리분지로 내려오는 길은 계단이 많은 가파른 길이었다.
우리가 다녀온 코스가 훨씬 나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계단길을 내려왔으니 다행이었지.
나리 분지의 원시림. 성인봉에서 내려와 나리분지까지 죽 이어져 있어 걷는 재미를 주는숲이 여느 둘레길보다고 좋았다.
신령수에 발 담그고 고생한 발에게 휴식을..
차가운 물에 발담그고 나니 한결 가벼워진 느낌
분지에 내려와 투막집 한컷 했는데 너와집은 놓쳐버렸네?
하산주로 전날 먹지 못해 아쉬웠던 씨껍데기주에 더덕전과 더덕회무침으로 한잔씩..
더덕회무침 보기만해도 군침이 돌고 정말 맛짱!!!
울릉도 더덕은 향이 강하지 않으면서 심이 없어 부드럽고 아삭한 맛이 특징임.
배에서 내려 확보한 관광안내도가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
울릉도의 관광 안내 뿐 아니라 차시간 배시간 등이 자세하게 안내되어 있어 차시간에 맞춰 하산주를 마셨다.
천부가는 버스를 타니 우리의 목적지인 둘레길의 시작점인 석포까지 가는 것이었다.
천부에서 탄 사람들은 모두 둘레길을 가는 사람들이었다.
자연스레 일행이 되었다. 천부에서 잠깐 정차한 틈에 방파제로 나가 송곳봉을 향해 날렸다.
천부에서 석포까지 가는 도중 여행사에서 연락이 왔다.
풍랑이 세서 내일 배가 출항하지 못하여 5시에 출항하는 배가있으니 출항을 원하는 사람은 시간맞춰 나오라고.
겨우 오늘 하루 제대로 여행을 하는가 했더니...
일행 모두 하루가 연기되더라도 온 김에 제대로 보고가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한동안 고민이 이어졌다.
모레 어머니 생신에 참석할려면 그 배를 타야하는데...다시 울릉도에 오긴 어려울텐데...거기다 아무도 가려고들 안한다.
어머니 아프셔서 3.4월에 두번을 다녀왔으니 용서하실거야. 이해하실거야 하면서 눌러앉기로 했다.
둘레길에서 만난 난 종류?
둘레길은 다니는 사람이 별로 없는 조용한 길이었다. 차에서 같이 내린 일행 열서너명만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발길을 옮겼다.
둘레길을 걷는 동안 상왕십리역에서 열차끼리 추돌 사고가 났다는 소식을 옆지기가 알려주었다. 잠시 내가 출근한걸로 착각했단다.
오후에 동쪽 둘레길을 돌다 보니 숲이 어둑했다. 이쪽 길은 오전에 걷는게 좋을듯했다.
뿌리가 드러난 고로쇠나무? 뿌리만 봤는데 잎을 보니 고로쇠나무 같다.
성인봉 가는 곳과 섬 곳곳에서 보게되는 하얀꽃? 검색해봐야겠다.
가녀린 잎이 층층으로 되어 있고 작고 흰 꽃이 꼭대기에 피어있는
둘레길의 거의 막바지 내수전 전망대 아래에서 본 죽도
전망대 아래서 내수전까지 포장된 내리막길이 한참이나 계속되었다.
다들 힘들어서 전망대를 포기하고 내려오는 길이었는데...
내수전 버스정류장엘 내려오니 버스 막차는 끊겨 있었다. 6:30분쯤이었나?
하루 종일을 걸었네. 걸을까 택시를 탈까를 놓고 고민중이었는데 중학생인직한 남학생하나가 왔다.
버스가 끊겨 저동에서 걸어오는 길이란다 .
저동까지 걸어가면 얼마나 걸릴까? 하고 물었더니
학생 왈 육지에서 오셨죠? 그러면 4~5십분은 걸릴거예요.
학생은 얼마나 걸렸는데?
저는 20분 걸렸어요.
이 녀석이 육지에서 온 아줌마들이라 섬에 사는 본인보다 배도 더 걸릴거란다.
암튼 여태까지도 걸었는데 그냥 걷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걸어오니 30분 정도가 걸렸다.
ㅎㅎ 그녀석 육지 사람을 무시했겠다?
다들 기력이 다해 횟집이 몰려있는 곳에 가서 피문어와 매운탕을 시키고 비닐 천막안으로 들어갔는데 바람이 천막을 날려버릴만큼 드셨다.
거기다가 천막안에 석유냄새가 진동해 피로와 추위에 떨던 동료들이 참지를 못해 몇점 먹던 문어를 챙겨서 나와 버렸다.
전날 저녁을 먹었던 식당으로 들어가 방바닥을 따뜻이해놓고 저녁을 시키고는 전부 바닥에 뻗는다.
식당 주인 어저씨께서 우리의 여정을 들으시고는 울릉도에 와서 그렇게 강행군하는 건 처음 보았다고 하셨다.
피곤했지만 다들 알찬 하루에 만족해 하는것 같았다.